산에서 내 인생을 보았다.

분류없음 | 2008/08/29 20:15 | 주이
충동적으로 근처 산을 오르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산을 올랐던건 2학년 수업과제로 식물채집을 하러 간 것이 마지막 이었습니다.

그때가 6년전이라 입구가 바뀐건지 내 기억이 없어진건지 예전에 갔던 곳 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중간쯤 오를때까진 바닥만 보며 올라갔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뒤론 경치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가다보니 어느새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입니다.
해발 382m의 낮은 산이라 오르는데 한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목표는 정상이었는데 정상에 도착하고 나니 약수터가 가고싶어져서 이정표를 따라 약수터로 향했습니다.
1.5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가다보니 약수터를 알리는 표지판은 없고 비슷한 거리의 공원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갈림길은 많았지만 이정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가다보니 고속도로가 나오고 집 마당에 고추 말리는 아저씨가 한 분 계셨습니다. 산을 다 내려온거죠.

아저씨게 여쭤보려 했더니 혼잣말만 계속 반복하시길래 포기하고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아퍼! 야! 아퍼! 야! 하시던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올라가는길에 뒤돌아 봤더니 저를 쳐다보고 계서서 깜짝 놀랐습니다.)

갈림길에 도착해서 이번엔 반대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한참 내려가다보니 왠지 바닥이 모래인데도 딱딱하고 이끼가 끼어있는게 최근에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었습니다. 역시나 산을 다 내려갔을 쯤, 주변에 큰 소리가 많이 나서 새로운 시설이라도 짓는가보다 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예비군 훈련장이었습니다.
더 내려갔다가 피곤한 일이라도 생길까봐 다시 그 갈림길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갈림길에서 조금더 올라가 공원 이정표가 있던 곳으로 갔더니 다행히 사람이 내려옵니다.
할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자세히 알려주긴 하는데 길이 꽤나 복잡해서 외우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가는길에 한명한명 붙잡아 물어볼 생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알려주신 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이정표에선 역시나 엉뚱한 XX봉 으로 표시된 방향이었습니다.

그 길부턴 이정표가 전혀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 수 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산 위에 있는 약수터만 가르쳐 줍니다. 두 곳의 약수터 중에 산 속에 있는 약수터가 아니라 내려가는 길에 있는 약수터를 가고 싶었는데.

이번엔 아니면 말자는 마음으로 제 마음대로 길을 골라 내려갔는데, 역시 아니었습니다.
다시 올라갈 힘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길에 있던 분위기 좋은 화장실을 찾은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입을 행구고 나니 피로가 그나마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그 길로 집까지 걸어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 산행이 내 인생의 축소판인것 같아 오는길 내내 왠지 찜찜했습니다.

삶의 하루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렇다면 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반복하다가 결국 다른것에 만족한 인생을 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

인생은 한 번 뿐인데다가 끝이 까마득하지만 하루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있고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니깐 하루하루를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면 결국 인생의 마지막날 내가 살고자 했던 인생의 결말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 Memory 2008/09/01 18:26 답글수정삭제

    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은 맞겠죠..하지만 그 하루만으로 인생 전체를 결정지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힘내시고요 ^^

  2. 주이 2008/09/01 19:44 답글수정삭제

    아이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루를 살자 뭐 이런내용이었습니다.
    어제의 실패를 교훈삼아서 오늘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깐요.

    꿈을 찾아서 힘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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